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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27 신조협려 (10)

신조협려

궁시렁 궁시렁 2009/11/27 01:30
신조협려.. 김용의 소설을 모르는 사람들도, 이연걸 주연의 「의천도룡기」나 임청하 주연의 「동방불패」를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의천도룡기」, 「동방불패」 역시 김용의 소설이 원작이다. 이 김용 소설의 대표격인 영웅문 3부작 -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신조협려는 바로 영웅문 3부작의 2부이다. 

이제는 10년도 넘은 일이구나... 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짝꿍 잘 둔 덕에 그렇게, 사조영웅전과 생애 첫 만남을 가졌다. 사조영웅전을 접한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김용의 작품들을 쭈욱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홍콩과 대만의 무협비디오물들.. 흔히 만들어진 연도와 작품명을 붙여서 부른다. 예를 들어, 94 사조영웅전, 06 신조협려, 09 의천도룡기..이런 식으로 말이다.

내가 처음 본 비디오물은 83 사조영웅전이었다.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로 기억하는데..지금 생각해도 내 인생에 가장 즐거웠던 한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구린 화질과 엉성한 세트, 특수효과들이었지만..책으로만 보던 것들을 영상으로 만났을 때의 그 신기함과 즐거움 앞에 그런 화질, 특수효과들은 전혀 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친구들과 책도 빌려가며 읽고, 비디오도 책가방 들고가서 잔뜩 빌려오고, 엉성한 PC 게임이라도 나오면은 재밌다고 했다. 아, 만화책도 후에 아주 하이퀄러티로 나와서 무척 재미있게 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처음'이라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것으로 남는다. 그렇게 사조영웅전의 곽정과 황용 역시 내게 특별한 주인공들이었다. 곽정과 황용의 모험이 너무 즐거웠다. 그런 곽정과 황용이 때때로 밉게 그려지고, 약하게 그려지는 2부 신조협려는 당시 어린 내게는 싫은 작품이었다. 밉샹 양강의 아들 양과 역시 미웠기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김용의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지만, 유독 신조협려만은 그렇게 첫 만남이 좋지 않아서인지 십 몇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저 '양과, 소용녀..' 즈음으로 기억에 남아있었다. 더욱이 군제대 이후 뒤늦게 접한 94 사조영웅전에서 황용 역을 맡은 주인을 본 이후로는 더욱 '닥치고 황용, 닥치고 주인'으로 굳어져 갔다.


주성치의 불후의 명작 「서유기」의 여주인공이 바로 저 여인네..주인이다. 그 주인의 아름다움의 절정은 바로 94 사조영웅전에서 만날 수 있다. ...아... 꿈에 주인이 나온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리라..

그렇게 또 몇 년이 지났다. 그러다 얼마 전에 케이블 TV에서 08 사조영웅전을 해주는 것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었다. 최신 드라마답게 CG가 매우 발전해서 깜짝 놀랐지만, 황용의 매력이 어찌 주인만큼 하겠는가. 저 08 사조영웅전의 황용 역을 맡은 임의신이라는 여배우의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08 사조영웅전은 그냥 지나가게 되었다. (아, 밉샹이지만 나쁜남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양강 역을 맡은 남주인공 역시 개콘의 곤잘레스, 그 준교수를 닮아서 몰입이 안됐다 ㅋ)

그러나 잠시 본 08 사조영웅전으로 인해 잊고 있었던 무협의 재미가 오래된 성냥곽에 성냥을 췩 긁어서 피어난 불꽃처럼 살아났다. 이것 저것 검색을 해보았는데, 영웅문 3부작 드라마의 진리(?)가 94 사조영웅전, 06 신조협려, 09 의천도룡기로 꼽히고 있었다. 94 사조영웅전이 33부작인데 아마 한 번 보는데 이틀 정도 걸리는 것 같다. 원래 성미가 급한 나는 저렇게 드라마를 봐도 한 번 보면 끝을 보기 전까진 아무 것도 못한다. 그래서 날잡고 폐인처럼 그렇게 본다. (나같은 분들 적지 않으리라 ㅋ) 아무튼 그렇게 무척 오랜만에 폐인이 될 것 같은 설레임을 찾아 작품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놈의 사조영웅전...끝내 08 사조영웅전으로 굳어졌고, 어렵사리 구해서 하루 온종일 보았지만, 결국 황용과 양강의 미스캐스팅은 끝내 08 사조영웅전 폴더 삭제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뜻밖의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목염자가 너무 예뻤던 것이다! 하루를 투자해서 본 08 사조영웅전에 대한 기억은 순전히 목염자밖에 없었다. 결국 검색을 해보니 '유시시'라는 배우였다. 주인에 넋이 나가 주인의 작품들을 죄다 봤을때처럼 이 유시시만 믿고 가보리라 검색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검색을 하다가 '유역비 까면 사살'이라는 문구를 여러번 보게 되었다. '아니 얼마나 예쁘길래, 주인누님이 멀쩡히 계시거늘 그런 망말을..'이라고 해서 사진까지 봤지만, 예쁜지도 모르겠더라..


 그리고 유역비의 대표작이 06 신조협려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더욱 못마땅했다. 그냥 이대로 스킵..하려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강추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기회에 신조협려와 친해져보자는 생각으로 06 신조협려를 구해서 보게 되었다. 그게 이 글을 쓰기 이틀 전.. 그리고 지금 자정이 넘은 시간 넋을 잃고 나는 06 신조협려를 다 보게 되었다. 다 보고 난 후..아니, 보자마자 영상으로 보는 유역비의 소용녀는 선녀가 따로 없었다 ㅋ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관람등급'을 준수해야한다. 명작 「시네마천국」의 토토가 중년이 되어 극장을 찾았을 때와 첫사랑과의 서글픈 재회 때 울컥하게 되는 감정은 나이를 먹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그거슨 이제는 더이상 「후레쉬맨」「우뢰매」「영구와 땡칠이」 등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볼 수 없음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양과와 소용녀의 불멸의 사랑을 그린 「신조협려」 역시, 누구의 무공이 가장 쎄냐! 가 주된 관심사였던 청소년시절의 나에겐 너무도 사치스러운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제야 만난 「신조협려」는 너무나도... 달랐다.

양과와 소용녀의 그 사랑에 나는 너무도 초라해져갔다. '나는...나는...나는...'을 되뇌이며 내 지난날이 후회되고..어떻게 그 정확한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는게 안타깝지만, 그만큼 양과와 소용녀를 지켜보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이렇게 지켜보는 이가 질투가 날 만큼..

많은 러브스토리들이 그러한 것처럼 이놈의 작가들은 너므나도 나쁜 작자들이다. 왜 이렇게 뻔한 것에 오해를 하게 되어 남녀 주인공들을 갈등하게 하고, 서로 엇갈리게 하고..그런 시련을 주느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똑똑하던 남녀주인공들은 왜 눈치를 못채고 말이다. 이것이 책 한 권, 영화 한 편이었다면 보는 마음이 그렇게 안타깝진 않았을 것이다. 06 신조협려는 41부작 드라마이다. 41곱절로 애태우는 그런 고통의 작품이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가 주인공과 함께 느끼는 행복도 41곱절이다.

"인간 세상에 묻노니, 정(情)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는가?" 「06 신조협려」의 첫대사이자, 마지막 즈음에 나오는 대사이다. 말이 좀 옛날스러워서 그렇지, 틀린 말 하나 없는..사람 멍때리게 하는 말이다 이게. 그렇지 않은가.. 가수 최진희의 불멸의 히트곡 「사랑의 미로」의 가사 '그토록 다짐을 하건만 사랑은 알 수 없어요'처럼 우리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 악을 써도 똑같은 즐거움과 슬픔에 멍청이처럼 등신처럼..그렇게 또 빠져든다.

나는 참으로 겁이 많고, 이기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남의 눈치도 많이 보는 그런 소인배이다. 그래서 양과와 소용녀같은 사랑이 없었다. 앞으로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기에, 나도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한 가지 어렴풋하게 마음 속에서 0.1초동안 다짐한 게 있다면, 나의 이 마음을 알아달라며 누군가에게 막 상처를 주려는 그러한 짓은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마녀 이막수를 보면 볼수록 애틋해졌다..)

어떤 좋은 작품이든지 뭐든지 간에 나의 결론은 늘 비슷한 것 같다. '열심히 살자'.. 그런 생각밖에 안든다. 어찌 어찌하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하지..이런 생각..'_^


...멋진..사랑에 관한 다소 오그라드는 글을 쓰자는 마음이 마지막 41부를 보기 시작할 때 즈음 들었다. 이렇게 글 재밌게 쓰지도 못하면서 재미있게 쓰고 싶어하는 마음만 가득한데.. 이 장면 저 장면 막 캡쳐해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무슨 일인지 그렇게 꼼꼼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아마도 가슴 가득 몰려오는 이 표현하기 힘든..그래, 감동 때문일 것이다. 자고 나서 내일 쓴다면 지금의 마음은 사라져서 느낌이 살지 않을테고.. 그저 마지막 한 마디 더 전하고 픈 말은 한 번 보시라는 말밖에 없을 것 같다.



p.s. 자막 프로그램으로 양과를 춘듣보로 바꿨다. 주인공 이름을 본인의 이름으로 바꾸니 몰입도 100% ㅋ
단, 부작용도 있다. 전체적으로 바꾸니 상황에 맞지 않게 불려질 때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산도적같은 놈들이 나보고 '춘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그것이다 ㅋ


p.s.2.  아..이 아쉬움, 허전함..이젠 09 의천도룡기로 하얀 밤을 지새워야지... ^3^;;


p.s.3. 아..꿈에 유역비 나올 것 같아..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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